• 2022. 6. 8.

    by. 장례전문가 김한별

     산골은 화장한 유골을 유택동산이나 특정한 장소에 뿌리는 행위를 뜻한다. 산골의 본래 취지는 육신이 썪어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윤회사상이 내포된 불교씩 장례 풍습이다. 이 산골이라는 행위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화장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시기부터다. 왜 산골이 문제가 될까? 바로 해당 행위의 불법 여부다.

     

    산골장


     산골은 사실 자연장에 가까운 장법이긴 하나 엄밀히 따져본다면 순수한 자연장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연장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나와 있듯이 나무나 화초 등의 식물 밑에 골분을 묻는 장법이다. 산골은 뿌리는 행위다. 그래서 자연장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모순이 있다.


     즉 산골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나와 있는 장법이 아니다. 법에 나와 있지 않다고 해서 불법은 아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국가에서 법률이나 법령으로 제정하는 것이 타당하겠으나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멈출 수는 없다. 산골 역시 우리 고유의 장례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골은 불법인가? 합법인가? 여기에 대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택동산이라는 화장장의 시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택동산은 화장한 고인의 골분을 합법적으로 산골장 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런데 산골은 뿌리는 행위인데 유택동산의 산골은 특정한 장소에 고인의 유골을 붓는 행위에 가깝다. 이런 모순점이 있지만 어쨌든 산골을 합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장소이다.

     즉 유택동산에 산골장 하는 것은 합법적인 행위이다. 그렇다면 유택동산이 아닌 다른 곳에 산골 한다면 불법일까? 그렇다. 불법이다. 고인의 유골을 합법적으로 산골 할 수 있는 곳은 유택동산이 유일하다. 왜 유택동산이 아닌 곳에 산골 하면 불법이 될까?

     만약 유택동산이 아닌 곳에 고인의 골분을 산골 한다면 유가족은 어디에 산골을 많이 할까? 아마 산이나 강, 그리고 바다에 뿌려드릴 것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바로 유택동산이라는 시설이다. 아쉬운 점은 뿌려드리는 행위가 아니라 붓는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왜 산골장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지를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 사실 산골장이 진행되는 경우는 경제적인 어려움 겪고 있거나 관리할 수 있는 후손이 없는 경우에 많이 진행된다. 즉 비용과 관리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국가에서 부담 없이 모실 수 있는 자연장지를 많이 만들어 내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산골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주면 되지 않을까? 환경 오염도 되지 않고 뜻깊게 고인을 모실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이 문제는 해당 관계부처와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산골장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고인을 추억할 수 있는 장지라는 요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유가족들에게 후회의 산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산골에 대한 의미와 장단점을 유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의 학습과 장례지도사의 선의에 맡길 수 없다.

     산골장에 대한 분명한 취지와 추후 성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그 프로그램은 콘텐츠로 만들어 홍보해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 일을 누가 진행해야 하는가? 바로 국가에서 진행해야 한다. 민간에서 진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공교육 체계에서는 장례문화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례문화의 발전이 더딘 것이다. 이러한 식견을 가진 인재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지금의 장례 문화는 일부 관계부처와 깨어있는 장례 업계 지식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의 장례문화를 더욱 견고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

     산골장은 국민들의 다수가 선택하고 있는 장법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도 산골장에 대한 진정한 의미나 보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누군가의 용단이 필요하다. 깨어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 추이를 살펴보면 앞으로 사망자 수는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시급하다.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장례 업종 지식인이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장례문화를 이끌어 가는 지식인이 너무 부족하다. 깨어 있는 지식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시급하다. 아니면 누군가가 용단을 내어야 한다. 즉 장례 유튜버의 탄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