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관식은 고인을 모신 관을 해당 매장지에 모시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단순히 관을 광중에 내리는 과정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하관을 하는 준비하는 과정과 관을 내리고 흙을 채우고 관포를 덮고 땅을 다지고 평토하는 등의 과정으로 장사를 지내는 장사의 과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족과 고인의 종교에 따라 예배를 드리고 제사를 지내는 등의 종교행사까지도 포함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하관식 행사를 진행하는 시작 시각이 바로 하관 시간이다. 즉 하관 시간은 전체적인 시간의 개념이 아닌 시작 시각을 뜻한다. 하관 시간을 철학관이나 지관에게 의뢰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가 바로 이 시작 시각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전체적인 시간이라면 굳이 도움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하관 시간은 실제 고인을 매장하는 장지의 광중에 관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그리고 광중은 고인을 매장하기 위해 땅을 미리 파놓은 공간을 뜻한다. 광중의 깊이는 최소 1m 이상으로 조성되며 관이 들어갈 수 있는 폭을 고려하여 준비된다.
하관식에서 하관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
그렇다면 하관식에서 관을 내려놓는 그 순간을 왜 중요하게 생각할까? 누가 이런 것을 정했고 누가 만들었을까? 그 의문부터 함께 풀어보자. 실제 하관 시간은 사시, 오시, 자시 중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말하는 시들은 십이지간에 따른 시간을 뜻한다. 사시는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를 오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를 뜻한다.
십이지간을 활용하는 일종의 점술은 우리나라의 미신신앙이며 토속신앙이다. 불교와 접목된 민간신앙인 것이다. 즉 흔히 말하는 점을 보는 행위이다. 쉽게 말하자면 길흉화복을 예측하고자 하는 선조들의 바람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왕이면 좋은 시간에 모셔 고인도 좋고 후손도 잘되자는 희망의 행위였다.
철학관이나 지관들이 하관 시간을 보는 법을 살펴보면 토정비결 같은 별자리, 역학, 점성술을 활용하여 뽑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점성술은 과거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 예측은 과거의 통계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행위로 판단된다. 즉 운이다.
이 운을 기대하는 희망의 행위를 지금 우리가 어떻게 판단하고 생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해보자. 근본적인 취지와 의미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이 행위를 이어 나갈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다르게 받아드리고 변화를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관 시간은 언제가 좋을까?
앞에서 하관 시간을 보는 법을 통해 하관 시간을 정하는 행위는 결국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술을 따른 미신 행위라는 것을 확인했다. 운을 기대해보자는 행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인을 모시는 시간을 운에 맡기는 것이 과연 합리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같을 것이다. 합리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합리적인 선택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가치와 의미가 중요한 것이지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로만 판단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하관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하관 시간을 결정하는 목적은 고인을 잘 모시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다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그 행사를 통해 진정한 추모와 뜻깊은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고인을 매장하기 좋은 날씨, 그리고 좋은 환경, 함께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이 더 중요할 것이다.
즉 야외에서 행사하고 고인을 모시기 좋은 환경을 가진 시간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오전이라는 시간이다. 물론 계절별로 그 시간의 실효성은 차이가 있겠지만 오전이 가장 고인을 모시기 좋은 시간이다. 해도 적당하고 환경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고인을 하관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이유이다.
지금 행해지고 있는 하관 시간 보는 법을 통해서도 이 시간대가 가장 많이 활용된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즉 사시와 오시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과학적인 부분을 우리가 따르고 지켜야 할 가치로 판단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다른 시각이 필요할 것이다.
하관 시간보다 하관식 시간이 중요한 이유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하관 시간의 의미보다는 실제 고인을 잘 모시고 행사를 잘 치를 수 있는 전체적인 하관식 시간이 더 중요하다. 관을 내리는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환경에서 고인을 잘 모시고 친지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뜻깊은 추모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참된 마음, 그리고 진정한 추모 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점만 기억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하관식 시간을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단순하다. 보통 하관식이 끝나면 점심 식사를 대접한다. 그래서 오전이 좋은 것이다.
매장이 아닌 봉안으로 모셔야 하는 경우의 하관 시간
하관 시간에 대한 논의는 고인을 매장할 때뿐만 아니라 봉안으로 모실 경우에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즉 봉안 시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 이 역시 그 가치는 동일하기 때문에 고인을 모시는 장소에 따라 모시는 시간을 바꿀 필요는 없다.
다만 봉안 같은 경우에는 화장장에서 화장하는 시간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화장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고인을 모시는 경우가 많다. 실내 봉안당에 모시거나 실외 봉안묘에 모시는 것 역시 화장해야 모실 수 있기 때문에 봉안하는 시간은 마음대로 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화장해서 고인을 매장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장 시간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기에 해당 시간을 고려하여 하관 시간을 결정하면 되겠다. 결국 핵심은 동일하다는 것을 기억하자.